비포 미드나잇 – 해피엔딩 이후의 이야기

* 이 글은 영화 “비포 미드나잇”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그렇다고 내용상 반전이 있거나 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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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들, 그들 중 특히 남녀 주인공의 결혼으로 끝을 맺는 동화들의 대부분은 “그리고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이 났습니다. 많은 로맨틱 영화들도 같은 맥락이죠. 판타지이고 해피엔딩 입니다.

“비포” 시리즈 3부작은 참 특이한 시리즈 입니다. 1995년 부터 9년차이를 두고 만들어진 영화, “비포 썬라이즈”, “비포 썬셋”, 그리고 이번에 개봉한 “비포 미드나잇”은, 실제로 같은 배우들이 영화상의 시간으로도 9년 차이를 두고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영화입니다. 그 포맷은 영화에 상당한 현실감을 부여해줍니다. 주연 배우인 에단 호크과 줄리 델피가 실제 연인은 아니지만요.

1편인 비포 썬라이즈와 2편인 비포 썬셋은 두편 모두 이 커플의 해피엔딩을 보여주지 않고 끝이납니다. 1편은 비엔나에서 처음만나 하룻밤을 새며 교감을 나눈 젊은 연인이 6개월 후의 만남을 기약한채 헤어지는 것으로 끝이나고, 2편은 다시 9년 만에 재회한 커플이 비행기 시간이 임박할때 까지 서로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남자 주인공인 제시가 비행기를 탔는지, 아니면 둘이 같이 살게 되었는지, 결말을 보여주지 않고 끝납니다. 두 편 모두 해피엔딩 이전까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죠.

3편인 비포 미드나잇은, 해피엔딩을 건너 뛰어 버립니다. 이 영화는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같은 엔딩 그 이후의 이야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2편 이후 제시와 셀린 커플은 결국 함께 살게 되었고, 이 영화는 그 후 9년여가 흐른 시점의 이야기입니다. 결혼해서 현실을 살아가는 커플의 이야기이죠. 1,2 편이 판타지 같은 사랑 이야기라고 한다면, 3편은 이세상 모든 결혼한 커플들이 겪어내야 하는 현실, 그리고 그 현실을 인정하며 살아가야하는 부부들의 이야기입니다. 그 현실은 판타지 처럼 마냥 행복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절망의 연속도 아니라는 것, 결혼한 부부들이 마치 자기만 겪고있다고 느끼는 좌절과 관계의 어려움을, 이 영화는 제시와 셀린 같은 판타지 적인 커플들도 똑같이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또 그 안에서 또 다른 판타지와 행복을 찾아갈 수 있다는 메세지를 전해줍니다.

저와 제 아내도 결혼 2년차 부부로써 이 영화를 보며 정말 공감을 많이했습니다. 누군가 “결혼이란 어떤 것인가”라고 물어본다면, 이 영화를 보여주면 되겠다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비포 썬라이즈 부터 이 시리즈는 모두 처음 부터 끝까지 두 주인공이 대화를 하는 씬이 거의 전부입니다. 10분이 넘는 롱테이크 샷도 많이 등장합니다. 특별한 이야기 전개도 없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대사 하나하나가 머릿 속에 남는 굉장히 집중도가 뛰어나고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결혼한 연인이라면(또는 결혼하기 전이라도) 공감에서 우러나오는 폭소도 끊임없니 터지는 영화이고요. 이 영화 시리즈의 각본은 매번 두 주연배우인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함께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각자 본인의 대본을 직접 썼기 때문에 연기도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인생도 실제 배우들의 인생을 닮은 점들이 많고요. 영화의 현실성과 배우들이 연기는 그런 면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영화 상에서의 시간이 거의 실시간으로 흐릅니다. 영화 전체가 단 몇시간, 반나절 정도의 이야기이고, 롱테이크도 많기 때문에 주인공들와 배우들이 이야기를 할때면 정말 내가 그 대화 속에 참여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특히 비포 미드나잇에서 나왔던 저녁씬은 정말 명장면입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각자 다른 세대의 친구들이 오붓하게 저녁을 먹으며 나누는 대화는, 인생 그리고 사랑에 대한 통찰을 가져다줍니다. 정말 저도 그리스의 석양을 바라보며 그런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 세계 모든 남녀, 부부간의 문제는 똑같은 것 같습니다. 여자는 자신의 희생을 억울해하고, 위로받고 공감 받기 원합니다. 반면에 남자는, 그 여자가 없으면 반쪽짜리가 되지만, 결국 본인은 여자와 싸울 때 그 상황을 벗어나는 것, 그리고 잠자리를 같이하는 것에 집중하죠. 결국 중요한 것은 남녀가, 또는 내 배우자와 내가 그렇게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평생을 같이하는 인생의 동반자로써 그 사람의 중요성을 항상 되새기며 살아간다면, 평생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은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이 영화가 주는 지혜인 것 같습니다.

3편 모두 통틀어서 별 5개, 만점을 주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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