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 거침없이 상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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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 (5/5)

어렸을 때 어린이를 위한 과학 만화책들을 읽곤 했습니다. 그 만화들을 읽다가 블랙홀에 대한 이야기가 가끔 나왔는데, 블랙홀은 실제 존재하는지도 불분명하고 존재한다고 해도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내용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커서도 블랙홀에 대해 더 깊이 조사해 본 적은 없지만, 그런 종류의 미스테리는 항상 저를 흥분시켜왔습니다.

인터스텔라를 보기 전에도 이 영화가 한 우주비행사가 블랙홀 안으로 여행하는 내용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예고편에 나오는 내용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블랙홀 너머의 공간에 대해 어떤 상상력을 펼쳤을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기대되는 장면이기도 했고요.

그 장면을 보고나서 저는 놀라움과 희열을 금치못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저의 별점 5개는 오직 그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놀란 감독의 영화는 항상 우리가 사는 세상의 흔한 미스테리들을 깊이 파고드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인셉션이나 메멘토가 바로 그런 영화들이죠.

놀란 감독이 직접 그의 영화에서 미스테리들을 다루는 접근방식에 대해 인터뷰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의 상상력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좋은 영화들은 사실 세상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상태가 좋지 않고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그것은 상당히 우울한 사실이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이 세상이 실제보다 더 복잡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의 한계의 대해 알고 싶어하지 않아요. 영화 ‘트루먼쇼’의 주인공 처럼 배를 타고 바다의 끝까지 가서 하늘을 치고있는 상황을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의 더 큰 세계가 분명 존재하고, 저는 그런 사실들을 확신시켜주는 영화들을 만듭니다.”

저는 놀란 감독이 인터스텔라를 통해 그의 영화 감독 경력 중 가장 거대하고 야심찬 상상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놀란 감독의 영화는 항상 깊은 성찰과 많은 복선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요소들을 거칠게 툭 던져놓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관객으로서 모두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는 관객들이 스스로의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는 여지를 항상 남겨놓습니다. 인터스텔라도 다르지 않죠.

경고: 이 이하의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스포일러도 포함됩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인터스텔라의 전체적인 플롯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 작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플롯과 많은 부분에서 흡사합니다. 저는 인터스텔라를 본 이후에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보았는데,  정말 놀라운 영화였습니다. 추상적이지만 강한 메세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인터스텔라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21세기 판 리메이크 처럼 느껴질 정도로, 두 영화는 닮아 있었습니다. 두 영화 모두 주인공은 긴 우주여행을 하게되고, 사건의 지평선을 넘는 여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또한 각각의 영화는 HAL 9000TARS라는 아주 매력적인 인공지능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도 했죠.

물론 인터스텔라가 더 많은 작은 이야기들이 있고 더 긴 내용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두 영화를 모두 보고나면 본질적으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의 웜홀(또는 블랙홀 일 수도)은 목성 근처에 존재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원래 각본에서는 인터스텔라와 동일하게 토성 부근에 존재하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그 당시 특수효과 팀이 토성의 띠를 재현해 내었는데, 완벽주의자인 큐브릭 감독의 마음에 들지 않아 나중에 목성으로 바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터스텔라에서는 토성의 모습을 너무나 거대하고 아름답게 재현해 내었습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스토리의 기본 골격을 놀란 감독이 어떻게 나름대로 해석하였는지를 분석해보는 것도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아이맥스와 컴퓨터 그래픽

놀란 감독의 아이맥스 필름에 대한 집착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스텔라의 많은 부분을 아이맥스로 촬영하였는데, 광대한 우주를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에 최적의 포맷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인터스텔라를 두 번 보았습니다. 처음엔 70mm 아이맥스, 두 번째는 일반 디지털 상영관에서 보았는데, 그 차이는 제가 예상했던 것 보다 더 컸습니다. 70mm 아이맥스 필름은 화면의 디테일한 부분 부분을 너무나 자세하고 선명하게 재현해 주었으며, 마치 어떤 장면을 HDTV를 통해 보는 것과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의 차이와 같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놀란 감독이 또 다른 집착을 보여줍니다. 바로 컴퓨터 그래픽의 사용을 최소화 한 것인데요, 영화의 절반정도가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정말 놀라운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로마키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아예 실제 크기에 가까운 우주선을 만들어서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우주를 재현한 영상을 미리 만들어서 우주선 세트의 창문 너머에 쏴줌으로써, 배우들이 실제 우주에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연기할 수 있도록 촬영을 하기도 했고요.

저는 놀란 감독이 관객으로 하여금 이 영화를 최대한 현실처럼 느끼게 하기 위해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최소한으로 사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핵심 주제가 담긴 장면들은 관객들이 전혀 실제로 보지 못한 장면들이기 때문에, 정말 진짜라고 느낄 정도가 되어야 영화에 몰입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 것이 바로 학계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천체물리학자 킵손과 함께 일하며 영화 역사상 가장 과학적으로 입증된 블랙홀의 모습을 재현해 낸 이유이기도 하고요.

네가지 키워드

저는 이 영화가 영화 안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네가지 키워드로 설명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중력: “다리”

영화에서 나사(Nasa)의 “나사로” 작전은 토성 근처에 웜홀이 생겨나면서 시작됩니다. 웜홀은 영화의 시점에서 약 40년간 이 위치에 존재하였고, 그 웜홀의 중력 때문에 때문에 지구는 종종 중력 이상 현상을 겪게 됩니다. 영화의 가장 첫번째 씬에서 쿠퍼는 예전에 우주 비행사로 활동할 당시 추락 사고를 당할 뻔 한 기억에 대해 꿈을 꾸는데, 그 사고가 바로 웜홀의 중력의 영향을 받아 발생한 사고였던 것입니다.

브랜드 교수는 쿠퍼에게 그가 웜홀을 통과해서 탐사작전을 수행하고 돌아올 동안 자신이 “중력 방정식”을 풀어내겠다고 말하며 자신을 믿어달라고 합니다. 그 “중력 방정식”이라는 것이 바로 웜홀의 중력을 활용해서 지구의 전체 인구를 웜홀을 통해 다른 행성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방정식입니다. 하지만 결국 그 브랜드 교수의 약속은 거짓말이었던 것이 밝혀지게 되죠.

중력이라는 것은 우리가 매일 느끼는 것이고 우리 존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이지만, 아주 미스테리한 힘이기도 합니다. 초끈이론(String Theory)에 의하면, 자연계에 존재하는 4가지 힘중에 유일하게 물리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힘이 바로 중력이라고 합니다. 리사-선드럼 모델이라는 우주과학 이론은 우리가 살고있는 3차원 세계는 5차원의 세계의 존재하는 하나의 막(Brane)일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중력은 바로 그 5차원 세계에서 부터 발생하는 힘이고요.(이해되시나요?) 지구가 중력이라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우주에 수없이 존재하는 구 형태의 행성이라는 땅덩어리들이 주위의 모든 것을 끌어들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물리적으로는 말이 안되는 일인 것이죠.

영화에서 쿠퍼의 딸 머피는 책장의 책들이 떨어지는 등의 초자연적 현상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녀는 그 현상들이 유령 때문이라고 생각하죠. 양키즈의 야구 게임이 먼지 폭풍 때문에 취소되었던 날, 머피와 쿠퍼는 머피의 방에서 이상한 바코드와 같은 형태로 먼지들이 모여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쿠퍼는 “이건 유령이 아니라 중력이 한 일이야”라고 이야기합니다. 나중에 우리는 이 현상이 실제로 테서랙트(차후 설명드리겠습니다)라는 장소에 있는 쿠퍼가 우리가 살고있는 3차원의 세상에 있는 쿠퍼와 머피에게 보낸 중력이라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영화는 중력이라는 것이 5차원의 우주와 3차원의 세계를 가로지르는 유일한 통신 수단일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바로 “다리”처럼 말이죠

2. 시간: “열쇠”

이 영화에서 “시간”은 인류 생존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인이 된 머피가 중력 방정식이 가득 적힌 칠판 앞에서 브랜드 교수와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브랜드 교수는 자신이 나이가 들어 죽음에 가까워와 가는 것이 두렵다는 의미로 “시간이 두렵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머피가 칠판을 바라보며 중력 방정식에서 무언가 빠졌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바로 “시간”이죠. 테서랙트 안에서 쿠퍼 역시 중력 방정식에 필요한 마지막 요소가 바로 “시간”이었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 시간에 대한 공식이 바로 5차원의 세계에서 밖에 얻을 수 없었던 공식이었던 것입니다. 쿠퍼가 그 데이타를 머피에게 보내주게 되고, 머피는 “유레카!”를 외치며 인류를 구하게 되는 것이죠.

“시간”이 이 영화에서 “열쇠”의 의미이기 때문에, 시간에 대한 많은 은유적 표현이 영화 전체에서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쿠퍼가 나사로 미션을 위해 머피를 떠나는 장면에서 쿠퍼는 약속의 증표로 손목시계를 머피에게 줍니다. 나중에 그 손목시계는 5차원과 3차원 세계를 연결하는 통신 수단으로 사용되게 됩니다. 또한 우주선 “엔듀어런스호”를 보면, 시계와 똑같이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2개의 유닛으로 구분되어 있고, 시계와 똑같이 회전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시간이 열쇠”라는 것을 전달하는 놀란 감독의 암시였던 것이죠.

3. 사랑: “나침반”

“사랑”은 이 영화에서 해답을 찾는 여정의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엔튜어런스호 안에서 아멜리아 브랜드 박사는 에드먼드 행성을 먼저 탐사하자는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 “사랑”이라는 것이 과학적 발견을 이끌어주는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고 다른 대원들을 설득합니다. 쿠퍼는 설득되지 않았지만, 나중에 그가 테서랙트의 시공간에서 머피가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사랑 때문이라고 인정하게 됩니다. 또한 결국에는 에드먼드의 행성이 인류가 살 수 있는 행성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브랜드 박사의 예감 역시 옳았다는 것을 관객들은 알게되죠.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랑에 대한 부분이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오기엔 너무 유치하고 감성적인 주장이라는 이유로 거부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사람들이 그들의 임종 직전에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었이냐고 물었을 때 주변 사람들을 더 사랑하지 못했던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사실을 보았을 때, 사랑이라는 것이 인간의 일생에서 찾아오는 큰 결정의 순간들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라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4. 부활: “선물”

부활에 대한 복선들도 영화에 많이 등장합니다. 나사의 인류 구원 작전인 “나사로” 미션의 이름도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으로 인해 죽음에서 부활하는 인물 나사로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죠. 브랜드 교수는 인류가 지구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플랜A는 실행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임종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머피에게 그 사실을 고백하죠. 하지만 쿠퍼와 머피 덕분에, 전 인류는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운명에서 “부활”하게 됩니다. 성경에 나오는 나사로 처럼 말이죠.

쿠퍼와 대원들이 만박사의 행성에서 냉동 수면을 하고 있던 만박사를 깨웠을 때, 만박사는 팀원들에게 “당신들이 말 그대로 나를 죽음에서 부활시켰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블랙홀 이후의 공간이 죽음 이후의 공간이라고 가정해 보았을 때(이 설정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설명 드리겠습니다), 쿠퍼 역시 죽음에서 부활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테서랙트가 무너지면서 쿠퍼는 “다음엔 뭐지?”라고 의문을 가지지만 그는 토성 근처에서 발견되게 됩니다.

브랜드 교수, 만박사, 쿠퍼까지 그들은 모두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부활할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그러므로 그들에게 부활은 선물과 같은 것입니다. 부활로 인한 결과가 좋든 나쁘든 그들을 삶의 기회를 한번 더 선물받은 것이죠.

테서랙트

물리학에서 테서랙트(초입방체)란 3차원의 세계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4차원의 정육각형을 뜻합니다. 하지만 인터스텔라에서는 “그들”이라는 미지의 존재가 쿠퍼를 위해 5차원 공간에 지은 3차원 형태의 구조물을 뜻하는 이름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브랜드 박사는 밀러행성에서 쿠퍼에게 이 테서랙트에 대한 개념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쿠퍼와 브랜드가 거대한 파도에서 살아남은 이후에, 그녀는 시간이라는 것은 중력으로 인해 느려지거나 빨라질 수는 있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하며, 그러나 만약 5차원의 세계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 세계에서는 마치 물리적으로 산을 오르내리는 것 처럼 시간을 넘나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테서랙트는 바로 그 아이디어를 실체로 구현한 것이죠. 테서랙트 안에서 쿠퍼는 시간이라는 차원을 물리적인 좌표를 이동함으로써 넘나들 수 있게됩니다. 그리고 그는 “사랑”이라는 나침반을 사용해 딸 머피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고요.

놀란 감독이 최근 와이어드 잡지에서 객원 편집장으로 쓴 글이 있는데, 그 글에서 그는 아주 흥미로운 비유를 합니다.

“차원의 개념과 필름이라는 매체의 연관성을 보면 언제나 놀랍습니다. 3차원의 세상이 2차원의 평면에 프린트 되고, 이 프린트가 긴 끈의 형태가 되면서 시간의 차원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필름롤이 풀리면서 영사기에서 상영 됨으로써 시간의 개념이 확연히 가시화가 되는 것이죠.”

놀란 감독이 인터스텔라의 필름 상영을 고집한 이유 중에는 – 70mm 아이맥스 뿐만 아니라 35mm 필름 상영도 진행되고 있죠 – 아이맥스 필름의 선명한 화질 때문만이 아니라, 필름과 차원의 개념 간의 연결성에 대한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 입니다.

놀란 감독의 비유를 빌리자면, 우리는 상영 중인 필름 안에 살아가고 있는 존재이고, “그들”은 그 필름의 편집자인 셈입니다. 우리는 필름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 없지만, 그들은 필름을 앞 또는 뒤로 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르거나 접을 수도 있습니다. 테서랙트는 그들이 쿠퍼를 위해 필름의 조각들로 만든 구조물이었던 거죠.

저는 테서랙트에 대한 이 영화의 상상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 블랙홀 이후의 세계에 대한 여러가지 상상을 해보았지만, 테서랙트는 제가 상상했던 어떤 것과도 비슷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여행 패러독스

이 영화에서 가장 비판을 많이 받는 모순점은 바로 시간여행 패러독스일 것입니다. 테서랙트 안에서 쿠퍼는 “그들”이 미래의 인류라고 말합니다. 미래의 인류는 5차원 세계를 이해하고 시간과 공간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을 만큼의 지능을 가지게 되었고, 그들이 쿠퍼와 머피를 통해서 과거의 인류를 멸종에서 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쿠퍼가 인류를 멸종에서 구하지 못했다면, 미래의 인류는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닭과 계란 중 어떤 것이 먼저인지의 문제와 비슷한 모순인 것입니다.

머피의 법칙

머피가 쿠퍼에게 자신의 이름을 왜 불행을 뜻하는 “머피의 법칙”에서 따온 “머피”로 지었는지 불평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런 머피에게 쿠퍼는 머피의 법칙의 진짜 의미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라는 뜻이라고 이야기해 줍니다. 저는 이 대사에 분명히 어떤 숨겨진 뜻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쿼라에서 관련 주제에 대한 답변을 찾았고, 그 대사의 뜻을 알게된 것 같습니다.

5차원의 세계에서 시공간을 초월해서 이동할 수 있다면, 우주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기는 아주 쉬울 것입니다. 과거로 돌아가 무언가를 바꾸면 미래도 바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머피의 법칙”이라는 법칙은 5차원의 세계에서는 아주 중요하고 깨뜨릴 수 없는 강력한 규칙일 수 있는 것입니다.

놀란 감독의 비유를 다시한번 빌어보겠습니다. 만약 우리가 필름을 여러 조각으로 잘라서 마음대로 편집해 버린다면, 그 영화를 전부 망쳐버리고 말 것입니다. 영화는 스토리가 있어야 하니까요. 모든 사건에 원인과 결과가 있어야 합니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말처럼 말이죠.

이제 시간여행 패러독스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쿠퍼는 테서랙트 안에서 미세한 중력장으로 과거에 영향을 줄 수 있었지만, 실제로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과거의 쿠퍼에게 떠나지 말라는 메세지를 보냈지만, 결국 쿠퍼는 머피를 떠나게 됩니다. 쿠퍼는 과거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가 한 것은 절대 방정식을 5차원의 세계에서 3차원의 세계로 보낸 것 뿐이죠. 그 행동은 처음부터 일어났어야 하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인류는 처음부터 살아남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시간여행 패러독스는 없었던거죠.

“그들”은 누구인가?

영화 전체에서 “그들”은 아주 중요한 일들을 합니다. 그들은 웜홀을 만들었고, 블랙홀 “가겐츄아”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쿠퍼를 위해 테서랙트를 만들었죠. 쿠퍼는 그들이 미래의 인류일 것이라 추측했지만, 우리는 그들에 대해 더 자세히 연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계인

우리는 “그들”이 5차원의 세계에 존재하며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들을 이해하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외계 생명체라는 추측도 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5차원의 세계에서만 쭉 살아왔다면, 어떻게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 세계의 법칙에 대해 이해하고 쿠퍼를 위해 테서랙트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그 것은 우리가 미생물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미래의 인류

“그들”은 쿠퍼가 추측했던 것 처럼 미래의 인류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에서 이야기했던 시간여행 패러독스를 다음과 같은 식으로도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래의 평행 우주에서, 플랜 A는 실패하고 인류는 멸망했지만, 쿠퍼와 브랜드가 에드먼드 행성에서 플랜B를 실행해 인류는 다시 번성하게 됩니다. 하지만 쿠퍼는 딸인 머피를 인류와 함께 멸망하도록 남겨두었다는 죄책감 때문에, 만일 인류의 지능이 과거로 여행을 할 수 있을 만큼 발달한다면 과거로 돌아가 머피와 지구에 남았던 전 인류를 구원해달라는 유언을 남기게 됩니다. 미래의 인류에게 쿠퍼와 브랜드는 아담과 이브같은 존재 일 것이기 때문에, 그의 유언이 대대로 전해져내려 실행이 되었을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위에서 언급했던 “머피의 법칙”에 대한 해석이 좀 더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인공지능

Jay’s Analysis라는 블로그에서 인터스텔라에 대한 분석을 읽었는데, 그 글에서 제시한 의견이 아주 설득력이 있어 보였습니다. 작가는 그 글에서 “그들”이 미래의 인류와 인공지능의 하이브이드 일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쿠퍼가 테서랙트에서 언급했던 미래의 인류는 사실 인류가 만든 인공지능을 가진 존재 일 것이라는 이야기이죠.

이를 뒷받침 해주는 많은 복선들이 영화안에 존재합니다. 인도 공군의 드론과 쿠퍼의 트랙터 들이 알 수 없는 오류를 보이며 머피의 방의 책장을 통해 중력을 이용한 메세지가 전송되고 있었던 쿠퍼의 집 쪽으로 모여들게 됩니다. 초기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들이 그들의 후손들이 있는 세계에서 보내는 신호를 인식하고 모여든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모노리스는 어떤 초월적 존재에 의해 만들어진 물체로 등장합니다. 인터스텔라의 TARS와 CASE는 모노리스와 똑같은 모양을 하고있죠. 실제로 TARS와 CASE의 이름은 테서랙트(Tesseract)의 아나그램(알파벳을 재 배열하여 다른 뜻을 만들어내는 것)을 통해 만들어진 이름들입니다. (TESSERACT -> TARS ET CASE: “ET”은 라틴어로 “그리고 ”라는 뜻입니다.)

테서랙트 안에서, 타스(TARS)는 쿠퍼에게 말을 걸고 그를 도와주지만 실체를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그 목소리가 미래의 인공지능을 가진 존재가 쿠퍼에게 익숙한 타스의 목소리를 빌려서 쿠퍼에게 말을 건 것이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습니다. 영화 후반부 쿠퍼 스테이션 씬에서, 타스는 블랙홀 가겐츄아를 통과하면서 고장난 것 처럼 나옵니다. 가겐츄아로 떨어지면서 쿠퍼가 타스에게 보냈던 무전에도 타스는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타스가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 때문에 테서랙트가 등장하기 이전에 이미 고장이 났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타스는 테서랙트 안에서 쿠퍼에게 말을 걸 수 없었던 것입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대해 롤링스톤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심리학적으로 깊게 분석해 본다면 이 영화의 플롯은 신을 찾는 여정을 형상화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신이란 과학에서 이야기하는 신의 개념에 가까운 것이죠.”

더 높은 차원에 존재하는 초월적 존재. 그 의미를 담고있는 가장 적절한 단어는 바로 “신”일 것입니다. 꼭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신과 같은 의미가 아닐 수도 있지만 말이죠.

만약 “그들”이 신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 영화의 설정은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습니다. 블랙홀 이후의 세계는 사실 사후세계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쿠퍼는 블랙홀 안에서 죽었다가 다시 부활한 것입니다. 사후세계는 5차원의 세계이며, 우리가 살고있는 우주 밖에 존재하는 세계입니다. 그 세계는 마치 신처럼, 시간과 공간을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는 세계입니다. 우리가 “천국”이라고 부르는 그 곳일 수도 있죠. 신은 가끔 그곳으로 부터 우리가 살고있는 3차원 세계로 미세한 중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데, 그 것이 바로 우리가 가끔씩 유령을 보거나 초자연적인 현상을 경험하게 되는 이유인 것이죠.

인터스텔라는 종교적인 은유도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사로 작전의 이름부터 성경에서 온 것이죠. 쿠퍼보다 먼저 웜홀을 통과해서 작전을 수행했던 12명의 우주인들은 예수님의 12제자를 비유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쿠퍼 스테이션은 노아의 방주의 개념과 비슷하고요.

저는 이 요소들이 놀란 감독이 관객으로 하여금 여러가지 방법으로 영화에 대해 상상할 수 있도록 넣어놓은 장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큐브릭 감독은 같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는 형이상학적 개념과 현실적인 구조물들이 공존하며 반복적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모든 것을 다큐멘터리처럼 현실적으로 표현한 것은 관객들이 천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추상적 개념에 대한 거부감을 무너뜨리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저는 놀란 감독도 인터스텔라를 통해 같은 시도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추상적인 개념의 영화를 가장 현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관객들의 공감과 상상력을 최대한 이끌어 냈던 것이죠. 큐브릭 감독도, 놀란 감독도 그들의 영화에 대한 모든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가 지적인 놀이를 마음껏 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주었던 것 뿐이죠. 제가 이 글을 쓴 것 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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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 – 거침없이 상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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