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필립스 – 우리 삶의 가장 소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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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글은 영화 캡틴 필립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별점: ★★★★

요즘 저의 영화평 주제들이 하나같이 좀 심오하네요. 그 만큼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는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영화 캡틴 필립스는 본 수프리머시본 얼티메이텀 시리즈로 유명한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작품입니다. 저는 이 그린그래스 감독의 열렬한 팬입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스타일로 영화를 만드시는 분이죠. 본 시리즈 중에서도 저는 1편인 본 아이덴티티 보다 그린그래스 감독의 2,3편을 더 좋아합니다. 그린그래스 감독의 영화는 아주 빠른 속도감의 연출 및 편집, 그리고 아주 현실감 넘치고 거친 액션씬으로 유명하죠. 이 영화도 감독의 그런 장점이 잘 드러나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 캡틴필립스의 매력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실제로 2009년에 나이지리아 해적에게 납치되었던 미국 화물선의 선장 캡틴 필립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거의 그렇듯이 이 영화도 논란이 없지 않습니다. 캡틴 필립스가 실제로는 영웅과는 거리가 먼 욕심많은 아저씨라는 이야기도 있고요. 실제 사건도 그렇고 영화에서도 미국식 영웅주의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실화라는 사실을 차치하고라도 정말 스릴있고 재미있으며 감동이 있는 영화입니다.

러닝타임 내내 그린그래스 감독은 속도감 있는 연출력을 십분 발휘하며 관객을 영화속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감독 특유의 핸드핼드 기법의 카메라 워크가 현장감을 높여주죠. 민감하신 분들은 조금 어지러움을 느낄 수도 있을 정도로 바다 위에서의 긴박한 상황이 잘 느껴집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 하게도, 이 영화는 가장 가까운데서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상당히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합니다. 과하게 관객의 감정을 유도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실제 사건을 실제와 가깝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나서, 판단은 관객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인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럼 담백한 시선이 참 좋습니다. 오죽하면 이 영화에서는 그 흔한 가족들이 모여 안절부절하는 장면 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영화 초반부에 주인공이 배를 타기전 아내가 딱한번 등장하고, 자식들은 이야기 속에서만 등장합니다. 주인공이 해적들에게 납치되고 나서 가족들도 그 사실을 전해듣게 되지만, 그들이 나오는 장면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배 위에서 일어지는 사건에만 집중함으로써 집중도를 더 높여줍니다.

이 영화의 또 한가지 장점은 진정한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나이지리아 해적들도 어떻게 이들이 해적일을 하게 되는지 까지의 배경을 설명해줌으로써, 이들도 단지 같은 인간일 뿐이고 삶의 환경 때문에 어쩔수 없이 해적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관객이 알게 해줍니다. 후반부에 캡틴 필립스가 해적들의 리더인 뮤즈에게 “해적일 그만하고 어부로 살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하는데 뮤즈가 “미국이라면 그렇겠지”라고 대답하면서 국제 사회의 빈부격차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기도 합니다.

그린그래스 감독의 연출력과 같은 무게로 이 영화를 이끝어가는 또 한가지의 큰 축은 바로 톰 행크스의 연기입니다. 초중반부에는 해적들의 공격에 당황하는 영웅이 아닌 일반인으로서의 선장의 모습을 담담하면서 실감나게 표현하다가, 영화 마지막 부분에 해적들이 사살당하고 오열하는 장면 이후에서는 정말 큰 한방을 터뜨려줍니다. 마치 조용필같은 전설적인 가수가 담담하게 노래하다가 노래의 절정부분에서 고음의 한방을 내지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왜 톰 행크스가 위대한 연기자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큰 인상을 받았던 장면은, 캡틴 필립스가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급박한 순간에 목숨을 걸고 연필과 종이를 구해 가족들에게 편지를 남기는 장면입니다. 자신이 사는 것이 먼저일 것 같은데, 자신의 목숨보다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를 남기는 것이 죽음을 앞두고 있는 순간에 가장 크게 느껴지는 감정일까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예전에 보았던 TED Talk 영상이 생각이 났습니다. Ric Elias라는 한 회사의 CEO가 자신이 탄 비행기가 뉴욕에서 비상착륙을 하면서 죽을지도 모르는 순간의 경험을 들러주는 강연입니다. 상식적으로 죽음을 앞둔 순간에 생각나는 것이 바로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일 겁니다. 그런데 이 강연자도 마지막 순간에 가족들이 생각났다고 합니다. 자기가 사는 목적이 바로 가족들이라는 것을 느꼈다는 것이죠. 저는 결혼을 했지만 아직 자녀들은 없는데, 나중에 저의 자녀들이 생긴다면 저도 같은 생각을 하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지금 있는 저의 부모님과 형제, 아내도 너무나 소중하지만 아무래도 본능적으로 자녀들을 향한 사랑이 가장 강할테니까요. 그렇게 보면 사람이 인생을 사는 이유는 바로 서로 사랑하기 위해서, 그 사랑을 대물림 해주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그러므로 다른 일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을 포기한다면, 아마 그건 인생을 잘못살고 있는 것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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