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S 7 디자인, 진짜 핵심을 보라

이번에 발표된 iOS 7은 최근 발표된 어떤 모바일 OS보다도 논란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iOS 6 에 비해 근본적으로 바뀐 디자인에 대해 찬반 논란이 극명하게 나뉘고 있죠. 유명 애플 블로거 존 그루버가 발표전에 애플 관계자에서 들었던 “찬반이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Polarizing)” 라는 예측이 그대로 맞아 떨어졌습니다.

저는 UX 디자이너이자 iOS 개발자로서 이번 디자인 논란에 대한 간단한 제 생각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스타일은 정답이 없다

현재 iOS 7 디자인에 대한 논란은 대부분 “스타일”에 대한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디자이너로서의 경험에 의하면, 스타일에 있어서는 절대 정답이 없습니다. 스타일은 개인적이 취향에 따른 차이가 너무 크거니와, 트렌드에도 아주 민감합니다. 마치 패션 디자인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최첨단의 패션쇼에서 나온 디자인들은 일상복으로 입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것들이 많지만, 몇년이 지나면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자인이 되곤 하죠. 저도 제가 디자인을 한 결과물이 스타일 적인 측면에서 한번에 모든 동료들과 사용자들의 마음에 든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계속 고쳐나가면서 여러 사람의 취향을 최대한 어우를 수 있는 디자인을 찾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져서 논란이 없어지기도 합니다.

애플이 이번 iOS 7처럼 스타일적인 측면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한 적은 아마 처음일 겁니다. 2007년 처음 아이폰이 등장했을때의 스타일은 거의 OSX의 “아쿠아” 스타일을 따라간 점들이 많았죠. 반면에 이번에는 워낙 큰 변화이기 때문에 논란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애플측에서도 마이크로 소프트의 “메트로” 디자인에서 시작된 이런 트렌트를 어느정도 따라갈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스타일 적인 면들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거나 또는 애플에서 사용자들의 입맛에 맞게 조금식 변화를 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iOS 7의 디자인은 발표 전까지 극비였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을 기회는 지금까지 없었지만, 앞으로 공식 발표 전까지 피드백을 반영할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있습니다.

일관적이고 합리적인 디자인

“스타일”과 “디자인”은 염연히 다릅니다. 디자인은 주로 철학을 뜻한다고 보면 맞을 것 같습니다.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좋은 디자인에 대한 기준은 “일관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입니다. 저는 iOS 7 의 디자인이 충분히 일관적이고 합리적인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습니다.

첫째, OS 전반에 걸쳐 “컨텐츠 중심”과 “깊이(Depth)” 라는 철저한 중심 철학이 있습니다. 존 그루버도 발표전에 지적 했듯이, 요즘 아이폰, 아이패드의 사용자들은 처음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처럼 새로운 UI에 대한 학습이 필요없습니다. 이미 8년간 iOS를 사용해온 사용자들은 UI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UI에 대한 설명, 즉 버튼은 실제 버튼 처럼 보여야 하고, 슬라이드는 실제 밀어서 움직일 것 처럼 보여야 하는 “행동유도성”을 어느정도 무시해도 되는 단계에 온 것입니다. 그 것에 대한 반대 이익으로 애플은 컨텐츠에 집중하는 것을 택했습니다. 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컨텐츠이고, 컨텐츠는 대부분 텍스트와 이미지등으로 구성됩니다. 때문에 이번 iOS 7 SDK를 보면 텍스트와 레이아웃에 엄청난 집중을 하였고,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테두리, 버튼, 제목 바 같은 요소들은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 디자인 하는 철학을 OS 전체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iOS 6 까지의 디자인에서 종종 무시되었던 UI의 “단계”와 “깊이”의 철학을 일관되게 유지하였습니다. 알림뷰는 홈스트린의 상단에 있어야하고, 배경화면은 아이콘들 보다 한단계 아래에 있어야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은 상식적으로 생각했을때 합리적이고 일관적입니다. 또한 이 깊이의 차이를 실제 현실을 따라한 그림자 등으로 표현하지 않고 모션 센서와 블러 효과를 적절히 사용해서 감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둘째, 디자인에 일관적이고 확실한 기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iOS 7의 모든 아이콘은 하나의 그리드 패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그리드 패턴은 황금비율의 원리를 적용해 아주 섬세하게 디자인 되었습니다. 애플이 디자인한 모든 앱 아이콘은 이 패턴을 따랐기 때문에 일관적으로 통일되어 보입니다. 또한 아이콘의 크기를 미세하게 키우고 모서리를 둥글게 하는 알고리즘에도 아주 미세한 변화를 주는 등 디테일을 중요시한 예들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라데이션의 방향의 차이등이 일관되지 못하다는 지적들도 있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그건은 취향 또는 스타일의 영역이며 개선의 여지가 있습니다.

iOS 7 아이콘 그리드

그리고 OS 전반에 걸쳐 사용된 모든 색상들 역시 일관적입니다. 예를들어 캘린더에 사용된 빨간색과 알림 버튼에 사용된 빨간색은 같은 RGB값을 사용한 동일한 색상입니다. 애플이 iOS 7 에서 새로 만든 모든 앱에서, 통일된 몇가지의 색상으로 구성 된 컬러셋을 사용했습니다. 이 것 역시 제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의 한 조건입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일관적이지 못한 부분들도 몇군데 있습니다. 그 한 예로 새로운 노트앱에서 찾을 수 있는 종이 재질의 질감인데, 애플은 이 질감에 어울리는 종이에 직접 프린트한 느낌의 Letterpress라는 텍스트 스타일을 SDK 자체에 넣기도 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 스타일은 전체적으로 심플하고 실제 현실에 기반하지 않는 디자인 철학에 조금 벗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iOS 7 노트
iOS 7 노트앱에서 볼 수 있는 종이 질감

여전히 존재하는 혁신의 DNA

최근 국내 외 언론의 공통된 의견들을 보면 애플이 스티브 잡스 시절에 가지고 있던 “혁신”의 DNA를 잃어 버린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번 iOS 7의 변화를 보며 느낀 것은, 과연 현재 세계 IT업계를 이끌어가는 대기업 중 어떤 기업이 자신의 비지니스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또 계속 성장하고 있는 플랫폼에 이런 대담한 변화를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저는 애플이 여전히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사용자들에게 더 나은 제품이 어떤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 이런 기업 문화를 계속 잃지 않는다면 다시한번 아이폰과 같은 혁신을 언젠가는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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