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 거침없이 상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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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 (5/5)

어렸을 때 어린이를 위한 과학 만화책들을 읽곤 했습니다. 그 만화들을 읽다가 블랙홀에 대한 이야기가 가끔 나왔는데, 블랙홀은 실제 존재하는지도 불분명하고 존재한다고 해도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내용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커서도 블랙홀에 대해 더 깊이 조사해 본 적은 없지만, 그런 종류의 미스테리는 항상 저를 흥분시켜왔습니다.

인터스텔라를 보기 전에도 이 영화가 한 우주비행사가 블랙홀 안으로 여행하는 내용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예고편에 나오는 내용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블랙홀 너머의 공간에 대해 어떤 상상력을 펼쳤을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기대되는 장면이기도 했고요.

그 장면을 보고나서 저는 놀라움과 희열을 금치못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저의 별점 5개는 오직 그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놀란 감독의 영화는 항상 우리가 사는 세상의 흔한 미스테리들을 깊이 파고드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인셉션이나 메멘토가 바로 그런 영화들이죠.

놀란 감독이 직접 그의 영화에서 미스테리들을 다루는 접근방식에 대해 인터뷰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의 상상력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좋은 영화들은 사실 세상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상태가 좋지 않고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그것은 상당히 우울한 사실이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이 세상이 실제보다 더 복잡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의 한계의 대해 알고 싶어하지 않아요. 영화 ‘트루먼쇼’의 주인공 처럼 배를 타고 바다의 끝까지 가서 하늘을 치고있는 상황을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의 더 큰 세계가 분명 존재하고, 저는 그런 사실들을 확신시켜주는 영화들을 만듭니다.”

저는 놀란 감독이 인터스텔라를 통해 그의 영화 감독 경력 중 가장 거대하고 야심찬 상상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놀란 감독의 영화는 항상 깊은 성찰과 많은 복선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요소들을 거칠게 툭 던져놓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관객으로서 모두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는 관객들이 스스로의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는 여지를 항상 남겨놓습니다. 인터스텔라도 다르지 않죠.

경고: 이 이하의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스포일러도 포함됩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인터스텔라의 전체적인 플롯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 작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플롯과 많은 부분에서 흡사합니다. 저는 인터스텔라를 본 이후에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보았는데,  정말 놀라운 영화였습니다. 추상적이지만 강한 메세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인터스텔라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21세기 판 리메이크 처럼 느껴질 정도로, 두 영화는 닮아 있었습니다. 두 영화 모두 주인공은 긴 우주여행을 하게되고, 사건의 지평선을 넘는 여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또한 각각의 영화는 HAL 9000TARS라는 아주 매력적인 인공지능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도 했죠.

물론 인터스텔라가 더 많은 작은 이야기들이 있고 더 긴 내용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두 영화를 모두 보고나면 본질적으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의 웜홀(또는 블랙홀 일 수도)은 목성 근처에 존재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원래 각본에서는 인터스텔라와 동일하게 토성 부근에 존재하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그 당시 특수효과 팀이 토성의 띠를 재현해 내었는데, 완벽주의자인 큐브릭 감독의 마음에 들지 않아 나중에 목성으로 바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터스텔라에서는 토성의 모습을 너무나 거대하고 아름답게 재현해 내었습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스토리의 기본 골격을 놀란 감독이 어떻게 나름대로 해석하였는지를 분석해보는 것도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아이맥스와 컴퓨터 그래픽

놀란 감독의 아이맥스 필름에 대한 집착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스텔라의 많은 부분을 아이맥스로 촬영하였는데, 광대한 우주를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에 최적의 포맷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인터스텔라를 두 번 보았습니다. 처음엔 70mm 아이맥스, 두 번째는 일반 디지털 상영관에서 보았는데, 그 차이는 제가 예상했던 것 보다 더 컸습니다. 70mm 아이맥스 필름은 화면의 디테일한 부분 부분을 너무나 자세하고 선명하게 재현해 주었으며, 마치 어떤 장면을 HDTV를 통해 보는 것과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의 차이와 같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놀란 감독이 또 다른 집착을 보여줍니다. 바로 컴퓨터 그래픽의 사용을 최소화 한 것인데요, 영화의 절반정도가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정말 놀라운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로마키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아예 실제 크기에 가까운 우주선을 만들어서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우주를 재현한 영상을 미리 만들어서 우주선 세트의 창문 너머에 쏴줌으로써, 배우들이 실제 우주에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연기할 수 있도록 촬영을 하기도 했고요.

저는 놀란 감독이 관객으로 하여금 이 영화를 최대한 현실처럼 느끼게 하기 위해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최소한으로 사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핵심 주제가 담긴 장면들은 관객들이 전혀 실제로 보지 못한 장면들이기 때문에, 정말 진짜라고 느낄 정도가 되어야 영화에 몰입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 것이 바로 학계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천체물리학자 킵손과 함께 일하며 영화 역사상 가장 과학적으로 입증된 블랙홀의 모습을 재현해 낸 이유이기도 하고요.

네가지 키워드

저는 이 영화가 영화 안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네가지 키워드로 설명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중력: “다리”

영화에서 나사(Nasa)의 “나사로” 작전은 토성 근처에 웜홀이 생겨나면서 시작됩니다. 웜홀은 영화의 시점에서 약 40년간 이 위치에 존재하였고, 그 웜홀의 중력 때문에 때문에 지구는 종종 중력 이상 현상을 겪게 됩니다. 영화의 가장 첫번째 씬에서 쿠퍼는 예전에 우주 비행사로 활동할 당시 추락 사고를 당할 뻔 한 기억에 대해 꿈을 꾸는데, 그 사고가 바로 웜홀의 중력의 영향을 받아 발생한 사고였던 것입니다.

브랜드 교수는 쿠퍼에게 그가 웜홀을 통과해서 탐사작전을 수행하고 돌아올 동안 자신이 “중력 방정식”을 풀어내겠다고 말하며 자신을 믿어달라고 합니다. 그 “중력 방정식”이라는 것이 바로 웜홀의 중력을 활용해서 지구의 전체 인구를 웜홀을 통해 다른 행성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방정식입니다. 하지만 결국 그 브랜드 교수의 약속은 거짓말이었던 것이 밝혀지게 되죠.

중력이라는 것은 우리가 매일 느끼는 것이고 우리 존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이지만, 아주 미스테리한 힘이기도 합니다. 초끈이론(String Theory)에 의하면, 자연계에 존재하는 4가지 힘중에 유일하게 물리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힘이 바로 중력이라고 합니다. 리사-선드럼 모델이라는 우주과학 이론은 우리가 살고있는 3차원 세계는 5차원의 세계의 존재하는 하나의 막(Brane)일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중력은 바로 그 5차원 세계에서 부터 발생하는 힘이고요.(이해되시나요?) 지구가 중력이라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우주에 수없이 존재하는 구 형태의 행성이라는 땅덩어리들이 주위의 모든 것을 끌어들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물리적으로는 말이 안되는 일인 것이죠.

영화에서 쿠퍼의 딸 머피는 책장의 책들이 떨어지는 등의 초자연적 현상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녀는 그 현상들이 유령 때문이라고 생각하죠. 양키즈의 야구 게임이 먼지 폭풍 때문에 취소되었던 날, 머피와 쿠퍼는 머피의 방에서 이상한 바코드와 같은 형태로 먼지들이 모여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쿠퍼는 “이건 유령이 아니라 중력이 한 일이야”라고 이야기합니다. 나중에 우리는 이 현상이 실제로 테서랙트(차후 설명드리겠습니다)라는 장소에 있는 쿠퍼가 우리가 살고있는 3차원의 세상에 있는 쿠퍼와 머피에게 보낸 중력이라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영화는 중력이라는 것이 5차원의 우주와 3차원의 세계를 가로지르는 유일한 통신 수단일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바로 “다리”처럼 말이죠

2. 시간: “열쇠”

이 영화에서 “시간”은 인류 생존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인이 된 머피가 중력 방정식이 가득 적힌 칠판 앞에서 브랜드 교수와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브랜드 교수는 자신이 나이가 들어 죽음에 가까워와 가는 것이 두렵다는 의미로 “시간이 두렵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머피가 칠판을 바라보며 중력 방정식에서 무언가 빠졌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바로 “시간”이죠. 테서랙트 안에서 쿠퍼 역시 중력 방정식에 필요한 마지막 요소가 바로 “시간”이었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 시간에 대한 공식이 바로 5차원의 세계에서 밖에 얻을 수 없었던 공식이었던 것입니다. 쿠퍼가 그 데이타를 머피에게 보내주게 되고, 머피는 “유레카!”를 외치며 인류를 구하게 되는 것이죠.

“시간”이 이 영화에서 “열쇠”의 의미이기 때문에, 시간에 대한 많은 은유적 표현이 영화 전체에서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쿠퍼가 나사로 미션을 위해 머피를 떠나는 장면에서 쿠퍼는 약속의 증표로 손목시계를 머피에게 줍니다. 나중에 그 손목시계는 5차원과 3차원 세계를 연결하는 통신 수단으로 사용되게 됩니다. 또한 우주선 “엔듀어런스호”를 보면, 시계와 똑같이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2개의 유닛으로 구분되어 있고, 시계와 똑같이 회전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시간이 열쇠”라는 것을 전달하는 놀란 감독의 암시였던 것이죠.

3. 사랑: “나침반”

“사랑”은 이 영화에서 해답을 찾는 여정의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엔튜어런스호 안에서 아멜리아 브랜드 박사는 에드먼드 행성을 먼저 탐사하자는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 “사랑”이라는 것이 과학적 발견을 이끌어주는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고 다른 대원들을 설득합니다. 쿠퍼는 설득되지 않았지만, 나중에 그가 테서랙트의 시공간에서 머피가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사랑 때문이라고 인정하게 됩니다. 또한 결국에는 에드먼드의 행성이 인류가 살 수 있는 행성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브랜드 박사의 예감 역시 옳았다는 것을 관객들은 알게되죠.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랑에 대한 부분이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오기엔 너무 유치하고 감성적인 주장이라는 이유로 거부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사람들이 그들의 임종 직전에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었이냐고 물었을 때 주변 사람들을 더 사랑하지 못했던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사실을 보았을 때, 사랑이라는 것이 인간의 일생에서 찾아오는 큰 결정의 순간들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라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4. 부활: “선물”

부활에 대한 복선들도 영화에 많이 등장합니다. 나사의 인류 구원 작전인 “나사로” 미션의 이름도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으로 인해 죽음에서 부활하는 인물 나사로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죠. 브랜드 교수는 인류가 지구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플랜A는 실행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임종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머피에게 그 사실을 고백하죠. 하지만 쿠퍼와 머피 덕분에, 전 인류는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운명에서 “부활”하게 됩니다. 성경에 나오는 나사로 처럼 말이죠.

쿠퍼와 대원들이 만박사의 행성에서 냉동 수면을 하고 있던 만박사를 깨웠을 때, 만박사는 팀원들에게 “당신들이 말 그대로 나를 죽음에서 부활시켰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블랙홀 이후의 공간이 죽음 이후의 공간이라고 가정해 보았을 때(이 설정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설명 드리겠습니다), 쿠퍼 역시 죽음에서 부활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테서랙트가 무너지면서 쿠퍼는 “다음엔 뭐지?”라고 의문을 가지지만 그는 토성 근처에서 발견되게 됩니다.

브랜드 교수, 만박사, 쿠퍼까지 그들은 모두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부활할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그러므로 그들에게 부활은 선물과 같은 것입니다. 부활로 인한 결과가 좋든 나쁘든 그들을 삶의 기회를 한번 더 선물받은 것이죠.

테서랙트

물리학에서 테서랙트(초입방체)란 3차원의 세계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4차원의 정육각형을 뜻합니다. 하지만 인터스텔라에서는 “그들”이라는 미지의 존재가 쿠퍼를 위해 5차원 공간에 지은 3차원 형태의 구조물을 뜻하는 이름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브랜드 박사는 밀러행성에서 쿠퍼에게 이 테서랙트에 대한 개념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쿠퍼와 브랜드가 거대한 파도에서 살아남은 이후에, 그녀는 시간이라는 것은 중력으로 인해 느려지거나 빨라질 수는 있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하며, 그러나 만약 5차원의 세계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 세계에서는 마치 물리적으로 산을 오르내리는 것 처럼 시간을 넘나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테서랙트는 바로 그 아이디어를 실체로 구현한 것이죠. 테서랙트 안에서 쿠퍼는 시간이라는 차원을 물리적인 좌표를 이동함으로써 넘나들 수 있게됩니다. 그리고 그는 “사랑”이라는 나침반을 사용해 딸 머피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고요.

놀란 감독이 최근 와이어드 잡지에서 객원 편집장으로 쓴 글이 있는데, 그 글에서 그는 아주 흥미로운 비유를 합니다.

“차원의 개념과 필름이라는 매체의 연관성을 보면 언제나 놀랍습니다. 3차원의 세상이 2차원의 평면에 프린트 되고, 이 프린트가 긴 끈의 형태가 되면서 시간의 차원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필름롤이 풀리면서 영사기에서 상영 됨으로써 시간의 개념이 확연히 가시화가 되는 것이죠.”

놀란 감독이 인터스텔라의 필름 상영을 고집한 이유 중에는 – 70mm 아이맥스 뿐만 아니라 35mm 필름 상영도 진행되고 있죠 – 아이맥스 필름의 선명한 화질 때문만이 아니라, 필름과 차원의 개념 간의 연결성에 대한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 입니다.

놀란 감독의 비유를 빌리자면, 우리는 상영 중인 필름 안에 살아가고 있는 존재이고, “그들”은 그 필름의 편집자인 셈입니다. 우리는 필름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 없지만, 그들은 필름을 앞 또는 뒤로 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르거나 접을 수도 있습니다. 테서랙트는 그들이 쿠퍼를 위해 필름의 조각들로 만든 구조물이었던 거죠.

저는 테서랙트에 대한 이 영화의 상상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 블랙홀 이후의 세계에 대한 여러가지 상상을 해보았지만, 테서랙트는 제가 상상했던 어떤 것과도 비슷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여행 패러독스

이 영화에서 가장 비판을 많이 받는 모순점은 바로 시간여행 패러독스일 것입니다. 테서랙트 안에서 쿠퍼는 “그들”이 미래의 인류라고 말합니다. 미래의 인류는 5차원 세계를 이해하고 시간과 공간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을 만큼의 지능을 가지게 되었고, 그들이 쿠퍼와 머피를 통해서 과거의 인류를 멸종에서 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쿠퍼가 인류를 멸종에서 구하지 못했다면, 미래의 인류는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닭과 계란 중 어떤 것이 먼저인지의 문제와 비슷한 모순인 것입니다.

머피의 법칙

머피가 쿠퍼에게 자신의 이름을 왜 불행을 뜻하는 “머피의 법칙”에서 따온 “머피”로 지었는지 불평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런 머피에게 쿠퍼는 머피의 법칙의 진짜 의미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라는 뜻이라고 이야기해 줍니다. 저는 이 대사에 분명히 어떤 숨겨진 뜻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쿼라에서 관련 주제에 대한 답변을 찾았고, 그 대사의 뜻을 알게된 것 같습니다.

5차원의 세계에서 시공간을 초월해서 이동할 수 있다면, 우주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기는 아주 쉬울 것입니다. 과거로 돌아가 무언가를 바꾸면 미래도 바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머피의 법칙”이라는 법칙은 5차원의 세계에서는 아주 중요하고 깨뜨릴 수 없는 강력한 규칙일 수 있는 것입니다.

놀란 감독의 비유를 다시한번 빌어보겠습니다. 만약 우리가 필름을 여러 조각으로 잘라서 마음대로 편집해 버린다면, 그 영화를 전부 망쳐버리고 말 것입니다. 영화는 스토리가 있어야 하니까요. 모든 사건에 원인과 결과가 있어야 합니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말처럼 말이죠.

이제 시간여행 패러독스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쿠퍼는 테서랙트 안에서 미세한 중력장으로 과거에 영향을 줄 수 있었지만, 실제로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과거의 쿠퍼에게 떠나지 말라는 메세지를 보냈지만, 결국 쿠퍼는 머피를 떠나게 됩니다. 쿠퍼는 과거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가 한 것은 절대 방정식을 5차원의 세계에서 3차원의 세계로 보낸 것 뿐이죠. 그 행동은 처음부터 일어났어야 하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인류는 처음부터 살아남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시간여행 패러독스는 없었던거죠.

“그들”은 누구인가?

영화 전체에서 “그들”은 아주 중요한 일들을 합니다. 그들은 웜홀을 만들었고, 블랙홀 “가겐츄아”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쿠퍼를 위해 테서랙트를 만들었죠. 쿠퍼는 그들이 미래의 인류일 것이라 추측했지만, 우리는 그들에 대해 더 자세히 연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계인

우리는 “그들”이 5차원의 세계에 존재하며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들을 이해하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외계 생명체라는 추측도 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5차원의 세계에서만 쭉 살아왔다면, 어떻게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 세계의 법칙에 대해 이해하고 쿠퍼를 위해 테서랙트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그 것은 우리가 미생물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미래의 인류

“그들”은 쿠퍼가 추측했던 것 처럼 미래의 인류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에서 이야기했던 시간여행 패러독스를 다음과 같은 식으로도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래의 평행 우주에서, 플랜 A는 실패하고 인류는 멸망했지만, 쿠퍼와 브랜드가 에드먼드 행성에서 플랜B를 실행해 인류는 다시 번성하게 됩니다. 하지만 쿠퍼는 딸인 머피를 인류와 함께 멸망하도록 남겨두었다는 죄책감 때문에, 만일 인류의 지능이 과거로 여행을 할 수 있을 만큼 발달한다면 과거로 돌아가 머피와 지구에 남았던 전 인류를 구원해달라는 유언을 남기게 됩니다. 미래의 인류에게 쿠퍼와 브랜드는 아담과 이브같은 존재 일 것이기 때문에, 그의 유언이 대대로 전해져내려 실행이 되었을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위에서 언급했던 “머피의 법칙”에 대한 해석이 좀 더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인공지능

Jay’s Analysis라는 블로그에서 인터스텔라에 대한 분석을 읽었는데, 그 글에서 제시한 의견이 아주 설득력이 있어 보였습니다. 작가는 그 글에서 “그들”이 미래의 인류와 인공지능의 하이브이드 일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쿠퍼가 테서랙트에서 언급했던 미래의 인류는 사실 인류가 만든 인공지능을 가진 존재 일 것이라는 이야기이죠.

이를 뒷받침 해주는 많은 복선들이 영화안에 존재합니다. 인도 공군의 드론과 쿠퍼의 트랙터 들이 알 수 없는 오류를 보이며 머피의 방의 책장을 통해 중력을 이용한 메세지가 전송되고 있었던 쿠퍼의 집 쪽으로 모여들게 됩니다. 초기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들이 그들의 후손들이 있는 세계에서 보내는 신호를 인식하고 모여든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모노리스는 어떤 초월적 존재에 의해 만들어진 물체로 등장합니다. 인터스텔라의 TARS와 CASE는 모노리스와 똑같은 모양을 하고있죠. 실제로 TARS와 CASE의 이름은 테서랙트(Tesseract)의 아나그램(알파벳을 재 배열하여 다른 뜻을 만들어내는 것)을 통해 만들어진 이름들입니다. (TESSERACT -> TARS ET CASE: “ET”은 라틴어로 “그리고 ”라는 뜻입니다.)

테서랙트 안에서, 타스(TARS)는 쿠퍼에게 말을 걸고 그를 도와주지만 실체를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그 목소리가 미래의 인공지능을 가진 존재가 쿠퍼에게 익숙한 타스의 목소리를 빌려서 쿠퍼에게 말을 건 것이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습니다. 영화 후반부 쿠퍼 스테이션 씬에서, 타스는 블랙홀 가겐츄아를 통과하면서 고장난 것 처럼 나옵니다. 가겐츄아로 떨어지면서 쿠퍼가 타스에게 보냈던 무전에도 타스는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타스가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 때문에 테서랙트가 등장하기 이전에 이미 고장이 났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타스는 테서랙트 안에서 쿠퍼에게 말을 걸 수 없었던 것입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대해 롤링스톤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심리학적으로 깊게 분석해 본다면 이 영화의 플롯은 신을 찾는 여정을 형상화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신이란 과학에서 이야기하는 신의 개념에 가까운 것이죠.”

더 높은 차원에 존재하는 초월적 존재. 그 의미를 담고있는 가장 적절한 단어는 바로 “신”일 것입니다. 꼭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신과 같은 의미가 아닐 수도 있지만 말이죠.

만약 “그들”이 신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 영화의 설정은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습니다. 블랙홀 이후의 세계는 사실 사후세계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쿠퍼는 블랙홀 안에서 죽었다가 다시 부활한 것입니다. 사후세계는 5차원의 세계이며, 우리가 살고있는 우주 밖에 존재하는 세계입니다. 그 세계는 마치 신처럼, 시간과 공간을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는 세계입니다. 우리가 “천국”이라고 부르는 그 곳일 수도 있죠. 신은 가끔 그곳으로 부터 우리가 살고있는 3차원 세계로 미세한 중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데, 그 것이 바로 우리가 가끔씩 유령을 보거나 초자연적인 현상을 경험하게 되는 이유인 것이죠.

인터스텔라는 종교적인 은유도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사로 작전의 이름부터 성경에서 온 것이죠. 쿠퍼보다 먼저 웜홀을 통과해서 작전을 수행했던 12명의 우주인들은 예수님의 12제자를 비유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쿠퍼 스테이션은 노아의 방주의 개념과 비슷하고요.

저는 이 요소들이 놀란 감독이 관객으로 하여금 여러가지 방법으로 영화에 대해 상상할 수 있도록 넣어놓은 장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큐브릭 감독은 같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는 형이상학적 개념과 현실적인 구조물들이 공존하며 반복적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모든 것을 다큐멘터리처럼 현실적으로 표현한 것은 관객들이 천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추상적 개념에 대한 거부감을 무너뜨리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저는 놀란 감독도 인터스텔라를 통해 같은 시도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추상적인 개념의 영화를 가장 현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관객들의 공감과 상상력을 최대한 이끌어 냈던 것이죠. 큐브릭 감독도, 놀란 감독도 그들의 영화에 대한 모든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가 지적인 놀이를 마음껏 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주었던 것 뿐이죠. 제가 이 글을 쓴 것 처럼 말입니다.

인터스텔라 – 거침없이 상상하라

캡틴 필립스 – 우리 삶의 가장 소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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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글은 영화 캡틴 필립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별점: ★★★★

요즘 저의 영화평 주제들이 하나같이 좀 심오하네요. 그 만큼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는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영화 캡틴 필립스는 본 수프리머시본 얼티메이텀 시리즈로 유명한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작품입니다. 저는 이 그린그래스 감독의 열렬한 팬입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스타일로 영화를 만드시는 분이죠. 본 시리즈 중에서도 저는 1편인 본 아이덴티티 보다 그린그래스 감독의 2,3편을 더 좋아합니다. 그린그래스 감독의 영화는 아주 빠른 속도감의 연출 및 편집, 그리고 아주 현실감 넘치고 거친 액션씬으로 유명하죠. 이 영화도 감독의 그런 장점이 잘 드러나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 캡틴필립스의 매력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실제로 2009년에 나이지리아 해적에게 납치되었던 미국 화물선의 선장 캡틴 필립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거의 그렇듯이 이 영화도 논란이 없지 않습니다. 캡틴 필립스가 실제로는 영웅과는 거리가 먼 욕심많은 아저씨라는 이야기도 있고요. 실제 사건도 그렇고 영화에서도 미국식 영웅주의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실화라는 사실을 차치하고라도 정말 스릴있고 재미있으며 감동이 있는 영화입니다.

러닝타임 내내 그린그래스 감독은 속도감 있는 연출력을 십분 발휘하며 관객을 영화속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감독 특유의 핸드핼드 기법의 카메라 워크가 현장감을 높여주죠. 민감하신 분들은 조금 어지러움을 느낄 수도 있을 정도로 바다 위에서의 긴박한 상황이 잘 느껴집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 하게도, 이 영화는 가장 가까운데서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상당히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합니다. 과하게 관객의 감정을 유도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실제 사건을 실제와 가깝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나서, 판단은 관객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인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럼 담백한 시선이 참 좋습니다. 오죽하면 이 영화에서는 그 흔한 가족들이 모여 안절부절하는 장면 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영화 초반부에 주인공이 배를 타기전 아내가 딱한번 등장하고, 자식들은 이야기 속에서만 등장합니다. 주인공이 해적들에게 납치되고 나서 가족들도 그 사실을 전해듣게 되지만, 그들이 나오는 장면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배 위에서 일어지는 사건에만 집중함으로써 집중도를 더 높여줍니다.

이 영화의 또 한가지 장점은 진정한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나이지리아 해적들도 어떻게 이들이 해적일을 하게 되는지 까지의 배경을 설명해줌으로써, 이들도 단지 같은 인간일 뿐이고 삶의 환경 때문에 어쩔수 없이 해적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관객이 알게 해줍니다. 후반부에 캡틴 필립스가 해적들의 리더인 뮤즈에게 “해적일 그만하고 어부로 살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하는데 뮤즈가 “미국이라면 그렇겠지”라고 대답하면서 국제 사회의 빈부격차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기도 합니다.

그린그래스 감독의 연출력과 같은 무게로 이 영화를 이끝어가는 또 한가지의 큰 축은 바로 톰 행크스의 연기입니다. 초중반부에는 해적들의 공격에 당황하는 영웅이 아닌 일반인으로서의 선장의 모습을 담담하면서 실감나게 표현하다가, 영화 마지막 부분에 해적들이 사살당하고 오열하는 장면 이후에서는 정말 큰 한방을 터뜨려줍니다. 마치 조용필같은 전설적인 가수가 담담하게 노래하다가 노래의 절정부분에서 고음의 한방을 내지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왜 톰 행크스가 위대한 연기자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큰 인상을 받았던 장면은, 캡틴 필립스가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급박한 순간에 목숨을 걸고 연필과 종이를 구해 가족들에게 편지를 남기는 장면입니다. 자신이 사는 것이 먼저일 것 같은데, 자신의 목숨보다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를 남기는 것이 죽음을 앞두고 있는 순간에 가장 크게 느껴지는 감정일까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예전에 보았던 TED Talk 영상이 생각이 났습니다. Ric Elias라는 한 회사의 CEO가 자신이 탄 비행기가 뉴욕에서 비상착륙을 하면서 죽을지도 모르는 순간의 경험을 들러주는 강연입니다. 상식적으로 죽음을 앞둔 순간에 생각나는 것이 바로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일 겁니다. 그런데 이 강연자도 마지막 순간에 가족들이 생각났다고 합니다. 자기가 사는 목적이 바로 가족들이라는 것을 느꼈다는 것이죠. 저는 결혼을 했지만 아직 자녀들은 없는데, 나중에 저의 자녀들이 생긴다면 저도 같은 생각을 하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지금 있는 저의 부모님과 형제, 아내도 너무나 소중하지만 아무래도 본능적으로 자녀들을 향한 사랑이 가장 강할테니까요. 그렇게 보면 사람이 인생을 사는 이유는 바로 서로 사랑하기 위해서, 그 사랑을 대물림 해주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그러므로 다른 일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을 포기한다면, 아마 그건 인생을 잘못살고 있는 것일겁니다.

캡틴 필립스 – 우리 삶의 가장 소중한 것

그래비티, 기독교, 그리고 삶의 의미

Gravity

*주의 : 이 글은 영화 그래비티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별점: ★★★★★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기쁨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스토리의 반전으로 카타르시스를 주는 영화도 있고, 대리만족의 희열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들도 있습니다. 그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항목은 “체험”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많은 영화들은 극장에 있는 시간동안 현실을 잠시 벗어나 다른 세계를 체험하게 해줍니다.

영화 그래비티는 그 “체험”의 기쁨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관객들과 평론가들이 이야기 하듯, 이 영화는 관객이 직접 우주에서 주인공과 함께 사건을 겪는 것과 같은 느낌을 느끼게 해줍니다. 특히 3D와 돌비 ATMOS같은 최신기술들을 적극 활용해 더욱 현실감을 높여줍니다. 이 영화를 꼭 극장에서, 3D로 봐야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제 인생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을 만큼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는 단지 이 영화가 우주를 체험하게 해주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을 던져주는 영화이기 때문에 이 영화의 매력이 배가되는 같습니다.

저는 이 글을 쓰는 지금 그래비티를 극장에서 두번 봤습니다. 아이맥스 3D로 한번, 돌비 ATMOS로 한번. 두가지의 극장을 다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첫번째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을 두번째 보면서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그 생각은, 좀 엉뚱할 수도 있지만, 이 영화가 성경의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는 것입니다. 두번째 보면서 저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기독교를 전도하려고 하는 목적은 아니었겠지만, 분명 기독교에 대한 은유가 의도된 것 같다는 것입니다.

검색을 해보니 이는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해외 뉴스 사이트에서도 같은 의견에 대한 보도를 한 적이 있네요.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 하나하나 성경의 내용과 비교하며 설명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가 기독교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기 보다는 “은유”를 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다소 억지 스러운 비교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으나, 한번 끝까지 읽어봐주시기 바랍니다.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 라이언과 맷이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목소리 또는 시체로 등장하는 인물들을 제외하고 얼굴이 직접 나오는 인물은 라이언과 맷 둘 뿐입니다. 이 장면은 성경에서 하나님이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를 창조하시고 인간과 좋은 관계로 지내던 때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라이언을 인간, 맷을 하나님(예수님)으로 생각해보도록 하죠.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어 원죄를 범하는 것 처럼, 라이언은 일종의 “죄”를 범합니다. 러시아 위성이 폭발하면서 발생한 위성 파편들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맷이 라이언에게 당장 우주왕복선으로 돌아가라, 이것은 명령이다, 라고 이야기하는데, 라이언은 아직 수리를 못 끝냈다며 1초만 기다려달라고 말합니다. 맷의 말을 어긴 것이지요. 아담이 하나님의 말을 어기고 선악과를 따먹은 것 처럼요. 나중에 라이언이 맷에게 “내가 당신의 말을 듣지않고 늦장을 부린 것이 미안했다”라고 후회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그 장면 이후로 비극이 시작됩니다. 파편이 날아들어 우주왕복선은 페허가 되고, 라이언은 우주로 날아가 버립니다. 우주에서 아무것에도 의지하지 않고 날아가 버린다는 것은, 아마도 가장 극한의 공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만 해도 그 기분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아무튼 라이언은 맷과 헤어져버리고, 거의 죽음과 다름없는 상황을 맞이합니다. 아담도 원죄를 지음으로써 하나님과 멀어지고, 영적인 “생명”을 잃어버리게 되죠.

그 다음, 맷이 다시 나타납니다. 그리고 죽음에 던져진 라이언을 “구원”해줍니다. 라이언의 구세주로서 나타난 것 이죠. 많이 듣던 이야기이죠? 바로 하나님이 예수님, 즉 인간의 몸을 통해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땅으로 내려오신 것과 같습니다. 이 장면에서 맷은 라이언과 자신을 줄로 묶습니다. 맷과 라이언이 하나가 되는 것이죠. 하나님과 인간의 연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 그 다음 이야기는 뭔지 아시죠? 예수님께서 자기 몸을 희생하시고 십자가에서 죽게됩니다. 인간의 죄를 대신 씻기 위해 제물이 된 것 이지요. 맷도 라이언을 살리기 위해 본인의 목숨을 희생합니다.

라이언은 맷이 자신을 위해 희생한 것을 헛되이 하지 않기위해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난관에 부딪힙니다. 국제 우주 정거장에는 불이나고, 소유즈호의 연료는 바닥이납니다. 결국 라이언은 지쳐서 포기하게되는 지경에 이릅니다. 이는 우리 인간이 삶을 살아나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태어났기 때문에 살아가지만, 왜 살아가야 하는지 이유도 모르고, 많은 난관에 부딪혀 스스로 삶을 포기하거나 되는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라이언은 사랑하는 딸까지 사고로 잃었기 때문에 더욱 삶의 의지가 없었습니다. 결국 소유즈호의 산소를 줄이고 죽음의 길을 선택하려합니다.

여기에서, 맷이 라이언의 상상속에서 “부활”합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 사흘만에 다시 부활하신 것 처럼요. 살아 돌아온 맷은 라이언에게 착륙엔진으로 추진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 일깨워줍니다. “집으로 갈 시간이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맷은 사라집니다. 예수님도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 말씀을 전하시고 하늘로 승천하셨죠.

맷이 라이언의 상상속에서 나타나기 전, 라이언이 무전으로 지구에 있는 에스키모 “아닌강”과 대화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절망적인 상황일 때 누가 나를 위해 기도해주었으면 좋겠다. 나라도 나를 위해 기도하고 싶은데 아무도 나에게 기도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적이 없다.”라고요.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은 절망에 빠졌을 때 기도할 수 없고, 때문에 나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맷이 상상속에서 나타난 이후로, 라이언은 맷과 가상의 대화를 시작합니다. 자신의 딸에게 신발을 찾았다고 전해달라는 이야기도 하고, 그렇게 대화를 하면서 삶의 의지를 되찾아 갑니다. 이 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하나님과의 대화가 바로 기도인 것이죠.

그렇게 라이언은 인생이라는 여정의 즐거움, 그 설레임을 되찾게 되고, 집이 있는 곳, 지구로 돌아가는 스릴 넘치는 여행을 합니다. 지구에 도착한 후, 라이언이 헤엄쳐서 해변에 도착하고 해변의 흙을 만지며, 이 영화의 마지막 대사를 합니다. “Thank you.” 감사하다는 것이죠, 이 영화의 제목인 Gravity, 즉 중력에게 감사하고, 이 아름다운 지구를 만든 존재에게 감사하고, 나에게 삶을 선물해준 존재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한가지 주목할 만한 장면들은, 러시아의 소유즈와 중국의 셴죠 우주선 모두, 조종간 위에 “신”들이 등장합니다. 소유즈에서는 예수님인 것처럼 보이는 그림이 클로즈업 되고, 셴죠에서는 부처님상이 클로즈업 되죠. 뭔가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어한다는 힌트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인간은 왜 존재할까요? 왜 인류는 끊임없이 태어나고 죽는 것을 반복할까요?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이유가 있을까요? 누구나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제가 알고있는 답은 이렇습니다. 인류가 이 세상에 생겨나고부터 지금까지 어떤 하나의 목적을 위해 달려오고 있는 것이라고요. 지금까지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죽어간 목적이 있다는 것 입니다. 그 말은 언젠가 끝이 있다는 이야기이죠. 언젠가 라이언이 딸을 만나고, 맷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그 날이 언젠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비티, 기독교, 그리고 삶의 의미

비포 미드나잇 – 해피엔딩 이후의 이야기

* 이 글은 영화 “비포 미드나잇”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그렇다고 내용상 반전이 있거나 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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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들, 그들 중 특히 남녀 주인공의 결혼으로 끝을 맺는 동화들의 대부분은 “그리고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이 났습니다. 많은 로맨틱 영화들도 같은 맥락이죠. 판타지이고 해피엔딩 입니다.

“비포” 시리즈 3부작은 참 특이한 시리즈 입니다. 1995년 부터 9년차이를 두고 만들어진 영화, “비포 썬라이즈”, “비포 썬셋”, 그리고 이번에 개봉한 “비포 미드나잇”은, 실제로 같은 배우들이 영화상의 시간으로도 9년 차이를 두고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영화입니다. 그 포맷은 영화에 상당한 현실감을 부여해줍니다. 주연 배우인 에단 호크과 줄리 델피가 실제 연인은 아니지만요.

1편인 비포 썬라이즈와 2편인 비포 썬셋은 두편 모두 이 커플의 해피엔딩을 보여주지 않고 끝이납니다. 1편은 비엔나에서 처음만나 하룻밤을 새며 교감을 나눈 젊은 연인이 6개월 후의 만남을 기약한채 헤어지는 것으로 끝이나고, 2편은 다시 9년 만에 재회한 커플이 비행기 시간이 임박할때 까지 서로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남자 주인공인 제시가 비행기를 탔는지, 아니면 둘이 같이 살게 되었는지, 결말을 보여주지 않고 끝납니다. 두 편 모두 해피엔딩 이전까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죠.

3편인 비포 미드나잇은, 해피엔딩을 건너 뛰어 버립니다. 이 영화는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같은 엔딩 그 이후의 이야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2편 이후 제시와 셀린 커플은 결국 함께 살게 되었고, 이 영화는 그 후 9년여가 흐른 시점의 이야기입니다. 결혼해서 현실을 살아가는 커플의 이야기이죠. 1,2 편이 판타지 같은 사랑 이야기라고 한다면, 3편은 이세상 모든 결혼한 커플들이 겪어내야 하는 현실, 그리고 그 현실을 인정하며 살아가야하는 부부들의 이야기입니다. 그 현실은 판타지 처럼 마냥 행복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절망의 연속도 아니라는 것, 결혼한 부부들이 마치 자기만 겪고있다고 느끼는 좌절과 관계의 어려움을, 이 영화는 제시와 셀린 같은 판타지 적인 커플들도 똑같이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또 그 안에서 또 다른 판타지와 행복을 찾아갈 수 있다는 메세지를 전해줍니다.

저와 제 아내도 결혼 2년차 부부로써 이 영화를 보며 정말 공감을 많이했습니다. 누군가 “결혼이란 어떤 것인가”라고 물어본다면, 이 영화를 보여주면 되겠다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비포 썬라이즈 부터 이 시리즈는 모두 처음 부터 끝까지 두 주인공이 대화를 하는 씬이 거의 전부입니다. 10분이 넘는 롱테이크 샷도 많이 등장합니다. 특별한 이야기 전개도 없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대사 하나하나가 머릿 속에 남는 굉장히 집중도가 뛰어나고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결혼한 연인이라면(또는 결혼하기 전이라도) 공감에서 우러나오는 폭소도 끊임없니 터지는 영화이고요. 이 영화 시리즈의 각본은 매번 두 주연배우인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함께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각자 본인의 대본을 직접 썼기 때문에 연기도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인생도 실제 배우들의 인생을 닮은 점들이 많고요. 영화의 현실성과 배우들이 연기는 그런 면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영화 상에서의 시간이 거의 실시간으로 흐릅니다. 영화 전체가 단 몇시간, 반나절 정도의 이야기이고, 롱테이크도 많기 때문에 주인공들와 배우들이 이야기를 할때면 정말 내가 그 대화 속에 참여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특히 비포 미드나잇에서 나왔던 저녁씬은 정말 명장면입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각자 다른 세대의 친구들이 오붓하게 저녁을 먹으며 나누는 대화는, 인생 그리고 사랑에 대한 통찰을 가져다줍니다. 정말 저도 그리스의 석양을 바라보며 그런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 세계 모든 남녀, 부부간의 문제는 똑같은 것 같습니다. 여자는 자신의 희생을 억울해하고, 위로받고 공감 받기 원합니다. 반면에 남자는, 그 여자가 없으면 반쪽짜리가 되지만, 결국 본인은 여자와 싸울 때 그 상황을 벗어나는 것, 그리고 잠자리를 같이하는 것에 집중하죠. 결국 중요한 것은 남녀가, 또는 내 배우자와 내가 그렇게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평생을 같이하는 인생의 동반자로써 그 사람의 중요성을 항상 되새기며 살아간다면, 평생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은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이 영화가 주는 지혜인 것 같습니다.

3편 모두 통틀어서 별 5개, 만점을 주고싶네요.

비포 미드나잇 – 해피엔딩 이후의 이야기

미드나잇 인 샌프란시스코

*주의 :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미드나잇 인 파리“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우디 앨런 감독의 2011년 작품으로, 약혼녀와 파리로 여행온 한 미국인 소설가가 겪는 헤프닝을 그린 일종의 판타지 영화입니다.

주인공인 소설가 “길”은, 자신이 별로 가고 싶지 않은 댄스 파티에 가겠다는 약혼녀를 보내고 혼자 파리의 거리를 걸어 숙소로 돌아오다가 길을 잃게 됩니다. 그러다 자정을 알리는 종 소리와 함께 자신의 앞에 한 오래된 택시가 서게되고, 안에 탄 사람들은 길에게 차에 타서 자신들과 같이 가자고 합니다. 그들과 같이 간 길은 시간을 거슬러 자신이 항상 동경하며 “golden age”라고 생각했던 1920년대의 파리로 가게 됩니다. 그 시대에 파리에 실제 살았던 헤밍웨이, 피카소, T.S. 엘리엇, 살바도르 달리 등의 위대한 작가와 예술가들을 실제 만나서 이야기하게 되고, 피카소의 연인이었던 “애드리아나”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져 그 시대에 살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다가 애드리아나와 길은 다시한번 1890년대의 파리로 가게 되는데, 그 시대를 동경했던 애드리아나는 1890년대에 남아 살겠다고 합니다. 길은 1920년대를 동경해 왔는데, 막상 그 시대에 살았던 애드리아나는 또 다른 시대를 동경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길은 그 것을 보고 결국 golden age는 자신이 현재 살고있는 시대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2010년대의 현실의 파리에서 새 사랑을 찾아가는 내용입니다.

저는 1920년대에 그렇게 전세계의 많은 유명한 예술가들이 파리에 모여 살았다는 사실을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그렇게 낭만적인 시대가 실제로 존재했었다는 사실이 너무 매력적이었고, 저 자신도 실제 파리 여행중에 혼자 길을 잃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 영화가 저에게는 너무나 멋진 판타지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다가 만약 우리가 살고있는 이 2010년대에, 1920년대의 파리와 같이 전세계의 문화의 중심이 되는 도시를 꼽으라고 하면 어디가 될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바로 샌프란시스코와 그 주변 지역인 실리콘 밸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 시대에 세상을 바꾸고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바로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한 IT, 스타트업 및 모바일 붐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 100년 쯤 후에는 사람들이 “나도 2000년대의 샌프란시스코에서 살아보고싶다”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스티브 잡스를 비롯해서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마크 주커버그 등 세상을 바꾼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 시대이고, 100년 쯤 후에는 이 분들이 더 크게 존경을 받는 “위인”들이 될 수도 있을테니까요.

제가 실리콘 밸리로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있는 이유도, 바로 이 시대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그 곳에서 제 생애의 전성기를 보내고 싶어서 입니다. 먼 훗날, 저도 그 “위인”가운데 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더 좋겠죠.

 

미드나잇 인 샌프란시스코

프로메테우스 : 해답을 찾는 여정

File

*** 주의!!! 이 포스트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이미 보신 분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조물주가 인간을 만든 것은 어떤 목적에서 였을까?

누구나 한번 쯤은 이런 질문을 해보았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었다. 프로메테우스를 한마디로 정의 하자면 “인류는 왜 생겨났을까”라는 극히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여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평범한 SF영화는 아닌 것이다.

이 영화는 ‘에일리언’ 시리즈의 프리퀄(전작의 이전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라는 소문이 지배적이었다.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 이긴 하지만 에일리언 종족의 탄생 과정을 설명해주는 부분은 영화의 일부분일 뿐 전체 주제는 아니다. 에일리언 탄생과정이라는 이야기의 줄기를 이용해서 더 심오한, 전혀 다른 새로운 내용의 가지를 쳐가는 영화가 이 프로메테우스이다.

이 영화의 감독 리들리 스콧은 에일리언 1의 감독이기도 하다. (에일리언 2는 무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다.) 이 영화로써 진정한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하다. 올해 7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노익장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기획, 각본 단계부터 전부 주도했다고 알고있다.

이 영화의 두 명의 각본가 중 한사람은 미국 드라마 “Lost”의 각본가인 데이몬 린델로프이다. 나는 Lost의 광팬이기도 한데, 이 영화에서도 초반에 미스터리로 가득한 미지의 행성의 비밀을 하나하나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 Lost와 많이 닮아있다. 개인적으로 프로메테우스의 시작부터 중반까지가 가장 재미있었다고 느꼈다. 무슨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서 못견디게 만드는 각본과 연출 때문이다.

바로 그런 명확한 대답을 해주지 않는 미스터리한 면이 이 영화의 최고의 매력인 것 같다. 영화 초반에 ‘엔지니어’들이 지구로 예측되는 행성에서 인류를 탄생시키는 것으로 예측되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이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이 예측한 인류의 탄생 및 외계인들의 행동에 대한 가설들은 전적으로 주인공들이 예측한, 또 그 중 대부분이 데이빗이 외계어를 분석에서 예측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실제로 엔지니어들이 지구를 멸망시키려고 우주선을 이륙시켰는지, 그 확실한 대답을 영화는 주지 않는다. 데이빗이 잘못 해석했거나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면? 그런 애매한 장면들이 대부분의 영화 장면들을 구성하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역시 주인공이 해답을 찾아 무모한 여정을 떠나는 장면으로 끝이난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쇼박사가 외계인들의 행성을 찾아가는 내용의 후속편이 나온다면 그건 이 영화를 망치는 일일 것이다.

영화의 백미 중 하나는 사이보그 데이빗 역할을 맡은 미하엘 패스벤더의 연기이다. 악역도 선한 역할도 아닌 사이보그의 무감정 연기를 아주 맛깔나게 표현했다. 어렸을때 ‘에일리언 2’를 보며 사이보그 ‘비숍’의 캐릭터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나는데, 데이빗도 그에 못지 않은 매력적인 캐릭터로 탄생된 듯 하다. 비숍과 데이빗은 공통적으로, 거의 인간으로서는 대적할 수 없는 파워와 지능을 가졌으면서도 인간에게 절대복종하는 면모, 그리고 명령에 의해서라면 아무런 감정없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섬뜩한 면 등이 공존하는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그럼에도 단점들은 있다. 영화의 흥행성을 위해 넣은 것으로 예상되는 몇몇 액션 장면들이 그렇다. 파이필드가 좀비로 변신해서 동료들을 공격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에일리언들은 다른 생명체를 숙주로 해서 자란 다음 그 생명체를 죽이고 깨어나오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왜 파이필드는 그 자체가 좀비처럼 변한 것일까? 또 영화 마지막에 캡틴과 선원들이 외계인 비행체를 향해 가미가제를 하는 장면에서, 캡틴은 쇼박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을 한 장면을 통해 그 행동에 대한 개연성을 얻을 수 있는데, 나머지 두 선원들이 아무런 저항없이 동참하는 부분은 좀 개연성이 없어보인다. 이런 단점들 때문에 프로메테우스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같은 명작이 되기에는 조금 모자라보인다.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가장 큰 궁금중은 따로 있었다. 바로 늙은 웨일랜드 역할을 위해 왜 노인 배우들을 안쓰고 유명 배우인 가이 피어스를 분장을 시켜서 출연시켰을까? 영화에서 젊었을때의 모습은 한번도 나오지 않는데도 말이다. 그 해답은 아마도 예전에 영화의 홍보를 위해 바이럴하게 유통시켰던 웨일랜드의 가상 TED 토크 영상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가 영화 그 자체 외에도 영화의 주변 이야기의 디테일을 구현하는데에 굉장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도 알수 있다. 아래 영상이 바로 그 TED 토크 영상이다. (업데이트 : 영화에서 데이빗이 잠깐 이야기한 “트릭은, 아프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라는 대사가 이 영상에도 나온다.)

 

웨일랜드 회사의 홈페이지도 만들어 놓았다.

프로메테우스의 가장 큰 매력을 꼽는다면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생각할 거리가 이야기할 거리가 많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조물주가 있다면 그는 왜 인류를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을 많이 가지게 되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크리스쳔으로써, 나는 이미 그 해답을 찾았다. 하나님은 우리 각자 한사람 한사람에게 ‘소명’을 주셨다. 각각의 사람마다 이 세상에 태어난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두의 소명은 한가지로 귀결된다.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구현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이 프로메테우스는 단지 영화일뿐이지만, 그래도 엔지니어들이 왜 인류를 만들었고, 멸망시키려 한 것이 사실이라면, 왜 멸망시키려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 너무 궁금하다. 자신들이 만든 에일리언 종족이 자신들을 역으로 파멸시키는 것을 보고, 인류도 나중에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 멸망시켜려는 것이라는 결론은 개인적으로 내려 보았지만, 그 대답은 영화를 본 모든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프로메테우스 : 해답을 찾는 여정

영화 ‘건축학개론’ – 환타지와 현실사이

 주의 : 이 감상평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를 본 후에 읽으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예전에 한번 음악과 추억의 밀접한 연관관계에 대해 글을 올린 적이 있었을 정도로, 나는 음악이 추억을 되살리는데 굉장히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이 ‘건축학개론’이라는 영화는 추억에 관한 영화다. 그리고 내가 본 영화 중에 가장 음악을 잘 사용한 영화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음악의 힘이 대단한 영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김동률이 “이젠~”으로 시작하는 ‘기억의 습작’을 부르기 시작할 때는 가슴에 어떤 물감이 확 퍼지는 듯한 황홀한 느낌을 받았다.

좋은 영화의 미덕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영화도 다르다. 현실세계에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펼침으로써 상상력을 자극해 주는 영화도 있고, 극히 현실적인 공감대를 느끼게 해줌으로써 삶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도 있다.

 이 ‘건축학개론’은 뭔가 그 둘 사이에 있는 영화 같다. 30대 후반 정도의 남자들이 모두 다 가지고 있을 만한 추억을 디테일하게 끄집어 내 줌으로써 웃음과 공감을 주는 극히 현실적인 영화 같지만, 동시에 그 남자들이 모두 가지고 있을 만한 환타지를 만족시켜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라. 영화의 주인공인 승민이는 여자들에게 인기있는 타입도 아니고 극히 평범한 대학 신입생인데, 수지나 한가인 같은 미모의 여학생과 단짝이 되고 첫사랑의 추억으로 남을 확율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여학생이 1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난 후에 첫사랑의 추억을 잊지 못하고 남자를 다시 찾을 확률은 또 얼마나 될까?

 이 영화는 실제로 건축을 전공한 이용주 감독이 오랫동안 각본을 준비한 영화인 만큼, 지극히 남자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이 느껴진다. 통계적으로 볼때 남자들은 사랑을 할때는 불만이 많다가도 헤어지고 나면 쉽게 잊지 못하고, 그렇기에 첫사랑의 추억도 잊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자들은 대게 사랑을 할때는 올인하다가도 헤어지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이 모두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 사실에 비추어 볼때 여자들이 실제 이 영화의 주인공 서연과 같은 행동과 생각을 할 확률은 드물고, 이 ‘건축학개론’은 모든 남자들이 한번 쯤 있었으면 하고 생각할 만한 환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영화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극중 서연은 미모의 여성이고 누구나 부러워 할 만한 돈많은 의사와 결혼한 여성임에도, 그 남편과 이혼의 아픔을 겪고 홀로 병든 아버지를 돌보며 살아가는 설정이다. 남자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돌보아주고싶은 마음이 들게하는 입장에 처해있는 것이다. 이 또한 아픔을 가진 여성에 대한 연민을 느끼는 남자들의 심정을 충족시켜주는 환타지적인 설정으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굉장히 재미있는 영화다. 90년대의 추억의 공감대를 풀어냄으로써 많은 웃음을 주고, 여성들도 공감할 수 있는 잔잔한 감성으로 감동을 준다. 특히 30대 남성들이라면 영화가 끝나고 난 후 아련한 감정이 오래 지속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자들이 자신이 사랑했던 한 사람을 그리워 한다면, 남자는 자신이 한때 느꼈던 감정과 그 추억을 더 그리워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승민과 서연의 사랑이라기 보다는 승민의 추억에 관한 영화인 것 같다.

단평들 : 나도 바닷가에 집짓고 살고 싶다. 김동률은 ‘기억의 습작’을 고등학생 때 쓰다니 천재다. 이제훈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정말 좋고 재수생 친구 너무 좋다 ㅋㅋ. 수지와 한가인에 대해서는…노 코멘트 하겠다. ㅎㅎ 연기는 둘다 좋았다.

영화 ‘건축학개론’ – 환타지와 현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