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과정이다

어젯밤,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제치고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습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서 저를 포함하여 제가 팔로우하는 거의 모든 분들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조금 의아했습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가 우리나라 전체를 대변하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그 것이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착각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선거과정을 지켜보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우리나라의 이념적 양극화가 너무 심해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멀리서 찾지 않더라도, 가장 가까운 저의 아버지나 장인어른과 이야기를 나누어 봐도 평소에는 말이 잘 통하지만 정치 이야기만 하면 제 생각과는 너무 다른 이야기를 하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그 이유중에서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실패했던 점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두 정부 모두 잘한 점도 있겠지만, 노무현 정부 때 성장의 둔화로 저희 아버지 세대의 많은 분들은 너무 큰 실망을 하셨고, 또 저와 같은 젊은 세대들은 이명박 정부의 억압적 통치에 너무 큰 실망을 한 것이 그 원인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국민들에게 기대를 줄 수 있는 정당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기성세대들은 “민주당은 안된다”라는 생각으로 박근혜를 지지했던 것이고, 젊은 세대들은 “현 정권은 안된다”라는 생각으로 민주통합당을 지지했던 것 같습니다. 거기에 전쟁을 겪었던 노년 세대들은 북한에 대한 거부감과 박정희에 대한 향수까지 더해지고, 또 안철수의 새 정치에 대한 희망에 열광했던 20대들의 안철수의 사퇴로 인한 실망은 지난 대선보다도 낮은 2-30대 투표율이라는 결과를 가져오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것을 대한민국 전체로 일반화 시킬 수는 없습니다. 지역색등의 요소들도 있고 젊은 층에서도 보수를 지지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이념적 양극화의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안철수 전 후보가 내세웠던 통합의 새 정치 일까요? 저도 안철수 후보가 나왔을 때 그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너무 이상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이번 대선에서 정당이 없이 이기는 것도 거의 불가능 했을테고요. 다른 선진국들의 예를 봐도 보수와 진보의 대결 구도가 없이 이상적인 통합의 당이 이끄는 나라는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이번 대선 이틀전인 17일,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민주통합당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 두 분의 정치 원로께서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지지자 토론을 가졌습니다. 저는 이 두분의 토론이야 말로 정치계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모습의 한 예라고 생각합니다. 못 들으신 분들을 꼭 한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토론에서 윤여준 위원장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이런 얘기를 합니다. 정치학자들이 민주주의는 어떤 상태가 아니라 과정이다 그러죠. 끊임없이 민주주의는 보완해 나가야 된다는 거죠. 완성된 상태가 있는 게 아니다, 저는 통합이라는 것도 국민통합이라는 것도 어떤 완성된 상태가 있는 게 아니고 끊임없이 찾아가는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저는 그렇게 보거든요. 그러려면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존중해야 되죠. 따라서 상대방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야 됩니다. 겸손하게. 또 자기 말도 겸손하게 하고 그래서 상대방을 설득하고 자신도 상대방에게 설득당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런 태도가 없이는 통합을 할 수가 없죠.”

저는 이처럼 “민주주의는 어떤 상태가 아니라 과정이다”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이번 선거도 그런 관점에서 보면 어느 한쪽이 지고 어느 한쪽이 이겼다고 보기보다, 좀 진부한 말이지만 결국 모두가 승리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가 얻을 것은 그 “과정”에서 모두 얻었기 때문이죠. 안철수의 등장과 사퇴도,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노력도 전부 헛수고가 아니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보수 세력도 국민들이 정치 통합에 대한 염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집권층의 비도덕성을 국민들이 끊임없이 감시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되었지요. 저는 나꼼수같은 방송이 없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진보가 집권을 하면 보수진영의 나꼼수가 있어야하고, 그 것이 올바른 정치 참여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보수가 집권하든 진보가 집권하든, 그 대결 과정에서 배운 국민들의 염원을 끊임없이 정치에 반영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이상적인 정치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보다는 이런 점들을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는 정부가 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이유도 박근혜 후보보다는 문재인 후보가 이런 “과정을 통한 통합”을 더 잘할 수 있는 후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또 누가 알겠습니까. 만일 문재인 후보가 당선이 되었더라도 저희 아버지세대의 걱정처럼 민주통합당의 일부 타락한 국회의원들에게 휘둘려서 노무현정부와 비슷한 실수를 하게되었을지도 모르죠. 선거에 대한 실망을 위로하기 위해 저 자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봅니다. 집권층은 결국 권력층이고, 보수와 진보 둘 중 하나가 약자의 편에 서서 권력층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한다면, 내가 속한 쪽이 약자의 편에 서는 것이 더 멋있지 않겠냐고요. 예수님께서 권력을 거부하고 약자의 편에 서섰던 것 처럼 말이죠. 앞으로 5년,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처럼 끊임없이 소통하고, 참여하고, 감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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